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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속 다른 목소리

작은 날갯짓을 응원하며 - 지지의 시선에서

by dodozday 2025.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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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배달부 키키 속 고양이, 지지

 

마법을 잃는 순간에도 우리는 자란다.

우리는 모두 한 번쯤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시작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그때 가장 필요한 건 마법 같은 재능이 아니라,

나를 믿어주는 시선과 아주 작은 용기일지도 모릅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마녀배달부 키키는 그런 성장의 순간을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이 글에서는 키키의 고양이 '지지'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를 통해,

불안과 혼란을 지나 다시 날아오르는 마녀의 여정을 나눠보려 합니다.

 

1. 나는 키키의 그림자이자, 작은 조언자였다.

나는 마녀 키키의 고양이, 지지.

정확히는 마녀 '수습생' 키키의 그림자 같은 존재다.

 

그 애가 전통에 따라 홀로 수련을 떠나겠다고 했을 때, 걱정이 앞섰다.

빗자루도 간신히 날고, 불안해하면서 나 없이는 방향도 못 잡는 아이였으니까.

 

하지만 키키는 용기를 냈고, 아무 연고도 없는 바닷가 마을 '코리코'로 향했다.

나?... 물론 따라갔지.

고양이에게도 의리는 있거든.

 

2. 처음엔 좀 웃겼어. 진짜 어리바리했거든.

도착하자마자 비를 맞고, 사람들 앞에선 쭈뼛거리고, 아무 데나 눕지도 못하고.

키키는 모든 게 낯설고 두려운 듯 보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배달'을 시작하겠다고 한다.

언제는 나더러 인형인 척하라는 말에 어이가 없었지만, 배달에 진심인 건 느껴졌어.

그 애, 매일 밤 나직이 말했거든.

 

"나, 잘하고 싶어."

 

하지만 점점 마법이 통하지 않게 됐고, 결국 하늘도 날 수 없게 됐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와의 대화도 끊겼다.

 

3. 나와의 대화가 끊긴 순간, 키키는 자신을 잃고 있었어.

마녀와 고양이는 마음으로 이어져 있다.

그러니 내가 들리지 않는다는 건, 키키가 자기 마음의 소리를 놓쳤다는 뜻이 된다.

 

불안, 자존감 부족, 번아웃.

그런 감정들이 뒤엉켜 마법도, 웃음도, 자신도 잃어버리고 말았지.

 

하지만 결국 키키는 다시 하늘을 날았다.

누가 도와준 것도 아니고, 주문을 외운 것도 아니었다.

그저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그 애는 자기 힘으로 다시 떠오른 거야.

 

그날 밤, 나는 키키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너 이제 좀 마녀다워졌어."

 

4. 이젠 내가 없어도 괜찮을지도 몰라.

이젠 예전처럼 대화를 하진 않는다.

가끔 섭섭하지만, 웃는 얼굴로 돌아오는 키키를 보면 괜찮다.

친구도 생기고, 실수에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빗자루를 타고 밤하늘을 나는 걸 보니까.

 

아마 이제 내 역할은 끝난 걸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고양이 지지고, 키키는 이제 '진짜 마녀'가 됐으니까.

 

5. 지지의 사족

너도 언젠가 너의 마법을 잃게 될 거야.
하지만 괜찮아.
그때 네 안에서 진짜 너를 찾게 될 테니까.

우리 모두 마법 같은 감각이 사라지는 순간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그건 끝이 아니라, 진짜 '나'를 찾는 여정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그때 누군가의 지지, 혹은 내 안의 작은 목소리 하나가

다시 하늘로 떠오를 날갯짓이 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