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흑백이 아니었다.
사람은 늘 '옳고 그름', '선과 악'으로 세상을 나누려 합니다.
하지만 진짜 삶은 그리 단순하지 않죠.
누군가는 숲을 지켜야 하고, 누군가는 마을을 지어야만 합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어느 편에도 설 수 없었습니다.
'원령공주' 속 나는, 에미시 부족의 왕자였고,
저주를 받은 채 세상을 떠도는 아시타카였습니다.
오늘 이 글은 나, 아시타카의 시선으로 쓰는 고백입니다.
그날 숲에서 본 것, 사람들 속에서 느낀 것,
그리고 내가 지키고 싶었던 '희망'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1. 나는 저주를 받고, 진실을 보게 되었다.
마을을 공격한 멧돼지 신에게서 받은 저주.
그 검은 문양은 단순한 병이 아니었다.
그건 인간에 대한 증오와 자연의 분노가 내 몸에 새겨진 흔적이었다.
나는 그 이유를 찾고 싶었다.
왜 신이 괴물이 되었는지,
왜 사람과 숲이 서로를 해쳐야만 하는지.
그래서 동쪽으로 떠나 보았다.
저주를 풀기 위해서라기보단,
세상이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를 보고 싶어서였다.
2. 사람도, 숲도, 모두 살아야 한다고 믿었기에
숲에는 신들이 살고 있었고,
사람들은 철을 캐고 도시를 만들고 있었다.
그 둘은 공존할 수 없어 보였다.
산을 깎는 에보시, 숲을 지키는 산,
그리고 인간이 저지른 욕망을 고스란히 짊어진 사슴신.
그 사이에서 나는 어느 쪽 편도 들 수 없었다.
나는 사람이면서도, 숲의 분노를 봤고,
숲을 이해하면서도, 사람들의 두려움을 이해했으니까.
모두가 옳았고, 모두가 틀렸다.
그래서 나는 서로를 죽이지 않도록, 멈추기 위해 싸우게 됐다.
3. 산은 날 밀어냈고, 나는 그럼에도 손을 내밀었다.
산은 나를 처음부터 믿지 않았다.
인간은 거짓말을 한다고, 숲을 파괴한다고.
하지만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눈을 보고 말했지.
"미워하지 않아. 너는 아름다워."
그 말은 누군가를 구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산은 날 믿지 않았지만,
결국 그녀의 마음도 움직였다.
그것이 말보다 더 큰 진심의 힘이었으니까.
4. 모든 것이 무너진 뒤에도,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사슴신이 죽고, 숲이 쓰러졌고, 철이 무너졌다.
그 혼돈 속에서, 나는 단 하나를 믿었다.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완전한 승자도, 악인도 없는 세상.
누구도 완벽하지 않지만,
누구도 완전히 틀리지도 않은 세상.
산은 숲으로 돌아가고, 나는 마을에서 살아가겠지만,
서로가 서로를 기억하며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 진짜 공존이라고 믿는다.
5. 아시타카의 사족
증오는 모든 걸 집어삼키지만,
그 안에서도 사랑은 끝내 살아남을 거야.
나는 저주를 통해 세상의 진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죠.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칼이나 마법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마음이라는 것을.
당신도 지금 어느 경계에 서 있다면, 편을 고르기보다
다리를 놓는 사람이 되어주세요.
그것이 진짜 용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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